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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정형 상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변동형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갈 것이란 전망에도 당장 원리금 부담이 낮은 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금융채 5년 고정) 금리는 전일 기준 3.05~5.726%로 집계됐다. 주담대 변동금리(코픽스 6개월)는 4.01~6.835%로 나타났다. 고정형이 변동형보다 하단과 상단이 0.96%~1.109%포인트 낮은 수준을 보인다.
고정형 준거금리가 되는 금융채는 시장의 전망에 따라 금리가 선행해 움직인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전달의 자금조달비용이 반영돼 후행하는 지수다. 이에 주담대 고정형이 변동형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장금리 인상기에는 더 높고, 인하기에는 더 낮은 수준을 보인다. 향후 금리 방향성을 본다면 인상기에는 고정형, 인하기에는 변동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수요가 반대로 몰리는 배경이다.
주담대는 통상 수억원을 대출해 소폭의 이자율 변동에도 월 수십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현재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은 상품이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은행들은 가격정책 측면에서 당장은 이익이 적더라도 향후 금리 방향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최대치가 되도록 가산금리를 조정하며 대출을 유도해 취급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신규 주담대 고정금리는 평균 3% 중반대, 변동금리는 4% 초반대로 나가고 있다”며 “금리가 이전보다 많이 내려갔다는 판단에 고정형과 변동형을 선택하는 비중이 7.5대 2.5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은 주담대 변동형 선택이 많았지만 인하기가 오면서 고정형이 역전해 현재 84% 비율”이라며 “금리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도 당장 내는 원리금 차이가 크다보니 나타나는 추세”라고 부연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공시된 예금은행의 가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월 신규취급액 기준 49.7%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39.3%에서 12월 43.8%, 올해 1월 49.2% 등으로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 기간 가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60.7%에서 50.3%로 10.4%포인트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정형이 56.7%에서 65.6%로 상승했다. 주담대 변동형은 43.3%에서 34.4%로 하락했다. 잔액 기준으로 보면 가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30.1%에서 31.4%로 1.3%포인트 올랐다. 변동금리 대출은 69.9%에서 68.6%로 내려갔다. 고정과 변동이 약 3대 7의 비율을 보인다. 주담대는 고정이 41.4%에서 42.3% 0.9%포인트 오르고, 변동이 58.6%에서 57.7%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목표비중을 신설했다.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은행 자체 주담대 중에서 만기 5년 이상인 순수고정금리 대출과 금리변동주기가 5년 이상인 주기형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의 목표치를 추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순수·주기형 은행 자체 장기 주담대의 고정금리 대출 목표비율을 연말 잔액 기준 30%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말 평균 18%인 은행권 주기형 대출비중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에 따른 주기형 대출 확대 유인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순수고정금리 대출은 만기까지 금리가 고정되고, 주기형 대출은 일정한 금리변동주기 동안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이다.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시장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담대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고, 7~8년이 지나면 이사 등의 이유로 대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기준금리 인상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왔으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시점인데 뒤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매매거래량이 전년에 비해 늘어나는 추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를 발표했다. 이같은 정책 변화로 매매 거래량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순자산 요건, 주택매매가 제한 등이 여전히 걸림돌로 거론된다.
6일 서울아파트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경우 이날 기준 3월 매매 거래량이 2643건으로 집계됐다. 월초임에도 이미 전달 거래량을 넘어섰으며 3000건을 웃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해 들어 거래량은 2000건을 꾸준히 넘고 있다. 2월은 2501건으로 직전달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2457건)와 비교했을 때 늘어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최근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을 완화하며 거래량 상승에 동력을 부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열고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부부합산 2억원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올 1월 29일 출시한 정책상품이다. 2년 내 출생한 아이가 있는 무주택 또는 1주택 가구가 대상이며 1.6~3.3%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구입자금 및 전세자금을 대출해준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예산 32조원 중 4조5246억원(14.1%)이 공급됐다.
올 10월 출산 예정인 산모 A씨는 “매수를 고민하던 아파트 잔금 때 인센티브 등으로 인해 신생아 특례 소득 기준이 조금 애매할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소득 기준이 완화되니 한결 마음 편하게 매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득 요건이 기존 부부합산 1억3000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돼도, 자산 요건과 매매가 제한이 동일하다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기준 순자산이 4억6900만원보다 적어야 하고 전용면적 84㎡ 이하 주택을 9억원 이하로 매매해야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출산을 앞두고 있어 신생아 특례대출에 관심이 있는데 서울은 30평대, 9억원 이하 아파트 찾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은 지난달 기준 9억5333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9억원이 넘는 상황인 것이다. 단기 매매가를 전망하는 KB부동산 매매가격전망지수는 상승 중이다. 서울 매매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12월 76, 지난 1월 80, 지난 2월 85에서 이달 90까지 올랐다.
여기에 소득이 2억원에 가까우면 금리 혜택도 크지 않다. 신생아 특례대출 상품 금리 구간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금리(3.3%)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최저 3%대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3.62%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