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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저축은행에서마저 저신용자가 설 곳을 좁히고 있다.
저축은행은 법정최고금리가 2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금리를 인상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진데다 연체율도 악화됐다. 이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줄이고 있어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1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 등 자산 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에서 나간 신규 신용대출 중 800점대 이상 차주 비중은 전체의 20.9%로 5분의 1을 차지했다.
저축은행별로 살펴보면 △SBI저축은행 31.42% △OK저축은행 26.34% △한국투자저축은행 18.99% △웰컴저축은행 14.06% △애큐온저축은행 13.49% 등을 보였다.
이들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소액대출액은 3184억3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2%(154억2000만원) 감소했다.
소액신용대출은 3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담보 없이 신청 당일 빌릴 수 있는 상품으로 금융취약계층의 긴급자금창구로 여겨진다. 소상공인, 저소득계층,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저신용자가 주 이용고객으로 생활비 등을 융통하기 위해 주로 이용한다.
올해 3월 기준 신용점수 500점 이하 저신용 차주에게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KB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세람저축은행, 스타저축은행 등 4곳에 불과했다. 2년 전(13곳, KB·OK·SBI·다올·애큐온·웰컴·세람·키움·BNK·고려·진주·스타·우리금융)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축소됐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사잇돌대출 제외) 규모는 6조1598억원으로 전년 대비 42.9%(4조6244억원) 줄었다.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 건수도 39만1506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37.4%(23만4364건) 감소했다.
중금리대출은 금융회사가 신용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정부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중금리대출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민간 중금리 대출이 축소되지 않도록 금리 상한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저축은행들은 실적이 악화하고 연체율이 상승하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여·수신 규모를 축소하면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55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이자비용 증가와 부동산 PF 대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건전성도 악화했다. 연체율은 6.55%로 전년 말보다 3.14%포인트 급등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2%로 전년 말 4.08%보다 3.64%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출로 마진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과거처럼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보수적인 입장에서 기존 여신 관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거래 은행인 부산은행에서 신생아 특례 대출(이하 신생아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창구를 찾았던 김 모(35) 씨. 은행에서 돌아온 답은 “신생아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였다. 신생아 대출로 대출을 받고 각종 부동산 규제 상담도 받을 계획이었지만 김 씨는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인근 시중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 씨는 “부동산 규제가 복잡하고 기존 신용대출도 있어서 거래 은행에서 상담 받기를 원했지만, 새로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느라 매우 불편했다”며 “비대면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고 은행 구분 없이 모바일로 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시대가 됐는데 신생아 대출 취급 은행에 지역, 인터넷 은행이 없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출시된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대출 상품인 신생아 대출을 지역은행, 인터넷은행 등 고객 접근성이 높은 주요 은행에서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의 목소리가 높다. 버팀목 전세자금,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등 서민 대상 부동산 정책 대출 상품을 대부분 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신생아 특례 대출은 취급 은행이 제한돼 있다. 저출산 극복과 젊은 층 대상 주택 마련 기회 제공이라는 정책 효과 극대화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출시한 주택 관련 정책 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정을 받은 수탁은행에서만 취급한다. 지난해 4월 HUG는 수탁은행으로 우리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IBK기업은행 등 9개 은행을 선정했다. 수탁기간은 5년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우리·신한·하나)과 부산·대구 은행은 정부의 대표적인 주택기금 대출인 버팀목 대출, 디딤돌 대출 등 서민 대상 부동산 정책 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경남은행은 청약 저축 상품을 취급한다.
하지만 신생아 대출은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IBK기업은행 등 4곳을 제외한 5개 시중은행(국민·농협·우리·신한·하나)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신생아 대출은 부부의 소득 조건, 순자산액 등과 구매하고자 하는 주택이 있는 지역의 LTV, DTI 등 부동산 규제를 고려해 대출을 진행한다. 다른 대출과 달리 청약저축 가입, 출생 후 2년 미성년 자녀에 따른 금리 등도 고려된다.
5대 시중은행에서만 특례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두고 정책 대출 상품 운영 취지에 배치된 운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HUG는 별도의 지역 수탁은행 항목을 신설해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3곳을 수탁은행으로 지정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이용자 편의를 별도로 고려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가장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는 신생아 대출을 지역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취지는 무색하게 됐다.
HUG 측은 “지역 은행이 작년에 기금 대출을 시작해 인프라 구축이 미흡해 대출 취급 은행에서 제외했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정책 대출과 신생아 대출의 운영 체계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설명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금 운용 한도가 정해져 있는 정책 대출 특성상 관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5대 시중은행으로만 취급 은행을 제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신생아 대출이 출시 3개월만에 4조가량의 대출이 진행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은행 입장에서는 신생아 대출 흥행이 ‘그림의 떡’이 된 실정이다. 기존에 정책 대출 상품인 디딤돌, 버팀목 대출도 최근 금리 상승으로 금리 경쟁력이 낮아 신생아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더 큰 상황이다. 지난 1월 출시된 신생아 대출은 지난달 말까지 1만 8000건의 신청이 접수 됐고 4조 5000억 원의 대출이 진행됐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 대출로 수수료 수입 뿐 아니라 잠재 고객을 유치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며 “최근에 수탁은행으로 지정돼 이번 특례 대출 취급에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고 향후 신생아 대출과 같은 상품 취급을 위해 HUG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